아사히신문은 일본의 대표적인 진보, 개혁 진형 신문으로서 그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1879년 창간된 이래 1920년대에는 다이쇼 데모크라시를 이끌며 보통선거권과 여권 신장, 군비 증강 반대를 사시로 지지했으며, 이는 1936년 황도파 장교단에 의해 신문사 습격 사건이 일어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아사히신문 또한 1940년대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을 거치며 대본영의 어용지로 전락한 어두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마치 1970년대~1980년대 군부 독재를 거치며 보도지침에 의거해 대통령의 정책에 거수기로 찬동을 표명하는 기사를 낸 한국 신문의 역사를 앞서 밟은 것이다.

 

 

그러한 아사히신문은 1945년 패전 이후 <스스로를 벌하는 말씀>을 통해 국민의 여론과 민의에 관계하는 언론사로서 전쟁 부역에 따른 참혹한 결과를 이끌어 낸 것에 대한 책임을 시인했으며, 동년 10월 24일에는 기존 임원진의 전원 사퇴와 사내 종업원 대의기구의 설치, 그리고 신문사 차원의 선언을 통해 민주주의 일본 건설에 대한 지지와 전쟁 옹호에 대한 사과문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였다. 아사히신문은 오늘날 일본 제2의 신문으로 사회적 소수자와 민권 세력의 입장을 꾸준히 대변하고 있다.

 

한국의 신문은 3.1운동 이후 문화통치에 따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창간된 이래 100년의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양 신문사가 독립운동과 반탁운동, 민주화운동, 문화 사업에 이르기까지 각 방면에 깊숙히 관계하며 오늘날의 한국을 만든 것에 대한 공은 인정해야겠으나 그와 마찬가지로 일제에 대한 적극적인 부역과 사주 일가의 신문 사유화, 독재정권 비호, 자본 및 권력과의 결탁은 한국 언론사의 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양 신문사의 사가에는 '3.1운동 정신을 계승'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창간 100주년을 맞아 양 신문사는 저마다 특집 기획 보도를 연달아 내고 과거 100년의 역사를 자축하고 있다. 그러나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선언한 지 101년, 새로운 2세기를 맞이함에 있어서 한국판 <스스로를 벌하는 말씀>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과도한 욕심인 걸까

Posted by 일간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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