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이야기 2019. 4. 19. 21:06

3.1 운동 및 대한민국 100주년 기념행사도 지난 4월 11일부로 그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사람이 일생에 단 한 번 맞이한다는 100주년, 그 100주년이 되는 3.1 운동 기념일과 임시정부 수립일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했고, 또 올바르게 기념했는가를 되짚어볼 때이다. 부족한 면도 많았고, 실망스러운 점도 많았지만,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장면도 여럿 있었다. 미숙한 생각으로나마 지난 한 달 간의 행사를 비평해보고자 한다.

 

 

3.1 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이 기존의 의례상의 만세운동 재현이나 선열에 대한 추모를 강조하던 데에서 축제의 형식으로 다소 변모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종래의 세종문화회관이 아닌 광화문광장에서, 건물마다 태극기를 걸어놓아 광장 전체를 하나의 식장으로 단장하고, 팡파르단의 우렁찬 연주와 축하 에어쇼, 그리고 가수들의 공연까지 선보인 100주년 3.1절 중앙기념식은 가히 파격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만북울림의 흥겨운 풍물놀이 행렬, 포항, 춘천, 천안 등지에서 열린 시민축제와 불꽃놀이, 전야제는 우리의 위대한 독립정신과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슬픔이 아닌 기쁨으로 승화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할 만하다. 비록 2015년 광복70주년 기념행사에 비하면 경축 행사의 규모가 작았지만, 3월 1일 독립선언일 기념행사가 이처럼 성대하고 축하의 분위기가 넘쳤던 적은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내년에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2월 28일 열린 3.1운동 100주년 전야제 <100년의 봄>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기존의 3.1절 경축식은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에서 일정 명의 사람만 입장할 수 있게 한 반면, 이번 100주년 중앙 식전은 광화문광장에서 엶으로써 신청자 이외의 사람들도 광화문대로에서 구경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식전 이후에 열린 만북울림의 풍물패 행진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수천 명의 농악대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흥겨운 풍악을 연주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함께 춤을 추고 가락을 즐겼다.

 

지방 행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강원도 경축식의 경우 시민들이 도청대로 앞을 풍물과 깃발을 앞세워 행진했고, 대구에서는 전야제 <떨리는 밤, 함성 전야>가 열려 천 명의 시민들이 유명 밴드들의 공연을 즐기고 태극기 청사초롱을 들고 거리를 거닐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각지에서 열린 학생들의 플래시몹과 거리 공연은 우리나라의 대경사를 축하하려는 젊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마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3.1절 행사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치거나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첫째로, 비록 경축 분위기가 과거에 비해 더욱 고조되었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행사의 수준이나 질은 광복절 행사에 비해 현저히 낮고 그 수도 적었다. 지난 광복 70주년 때와는 달리 우리의 독립선언과 민주공화국의 잉태를 경축하는 콘서트와 불꽃놀이가 열리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의 국경일을 온 국민이 축제로써 즐겁게 축하할 기회를 처음부터 걷어찼다는 점에서 실로 큰 아쉬움이 남는다.

 

세종대로 일대에서 서울시 주최로 열린 고종황제 장례 어가행렬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종황제의 서거가 3.1 운동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나, 3.1의 핵심은 고종황제의 붕어에 대한 추모가 아닌 자주독립한 신민주주의 국가 건설에 있다는 점에서 행사의 초점이 잘못 맞춰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필자는 이전부터 3.1절을 맞아 선열들이 한 것처럼 시민 퍼레이드를 베풀 것을 제안한 바 있는데, 이 점에 수용되지 않아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 대한문을 흰 천으로 두르고 고종황제 장례 행렬을 어설프게 연출하기보다는, 차라리 태극기를 엇갈려 걸어놓고 농악대와 브라스밴드, 꽃차, 가장행렬단의 퍼레이드를 여는 것이 우리의 독립정신을 기념 경축하는 데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든다.

 

지난 2017년 경 서울시는 <3.1 운동 및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 기념행사 마스터플랜>을 작성한 바 있는데, 해당 문서는 미국의 독립기념일과 프랑스혁명기념일 등의 사례를 참조하여 우리도 예술가들이 최대한 창의력을 발휘하여 우리의 독립 건국을 경축하는 페스티벌의 장을 마련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때 기획되었던 행사로는 3.1 운동 100주년 기념 콘서트 (가칭)<쇼미 더 독립>, 그랜드 아트 페스티벌 및 퍼레이드, 미디어 파사드, 전국 음식축제, 기념품 판매 등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떠한 행사도 2019년 100주년 3.1절에 반영되지 못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들 행사가 모두 실행에 옮겨졌더라면 3.1절 100주년을 보다 즐거운 국민 축제로 승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4월 11일 열린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 (출처 : 시사저널)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행사는 삼일절보다도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비록 갑작스러운 미국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으나, 대통령이 공들여 준비한 기념식에 국무총리만이 참석을 했고 기념식의 전개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열린 정부 차원의 식전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구성이었다. 서울지방 보훈처에서는 4.11을 계기로 한강 불꽃놀이를 기획했으나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취소해버렸다. KBS에서 개최한 아리랑 공연을 제외하면 임시정부 수립을 맞아 열린 문화행사는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래 이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일도 정부에서는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려 했으나, 경제적 이유를 근거로 취소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추석 연휴와 개천절 사이의 평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사례가 있었고, 또 임시공휴일을 지정하지 않은 사유가 '경제' 때문이라는 사실은 앞으로 어떠한 사유가 생겨도 경제손실을 근거로 임시공휴일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렇다면 임시공휴일이란 것 자체를 두어서는 안 될 텐데, 국가적 대경사를 이처럼 무심하게 보냈다는 점에서 참으로 통탄을 금할 수 없었다.

 

삼일절 및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국민적 홍보가 부족했고,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끌어내지 못한 점도 이번 행사의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1995년 광복 50주년과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행사의 경우, 815일로부터 수개월 전부터 방송이나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한 적극적 홍보와 마케팅이 이뤄졌다. 기념행사 또한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야외 콘서트나 가로 축제, 폭죽놀이 등이 실행되었다.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은 국민 참여 인증제 등을 도입하여 시민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행사를 끌어내려했다는 점에서 참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홍보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대다수의 인증 게시물이 단순 태극기 촬영 등에 그친 경우가 많았으며, 광복 70주년 때와는 달리 텔레비전 상업광고를 통한 3.1100주년 홍보나 태극기 장식 설치가 적었다는 점은 국민들이 2019년이 3.1절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임을 인식하기 어렵게 했다는 점에서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8.15 광복에 매달려 우리의 건국정신이자 민주공화국의 원천인 3.1정신을 잊은 것은 아닐까

행사의 목적이 2045년 광복 100주년을 준비하는 데 있다고 언급한 사실은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을 100주년 그 자체에 의의를 두기보다는 광복절 100주년을 위한 다릿돌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의 기원이자 건국이념의 탄생일인 31일 독립선언보다 외세에 의해 주어진 물리적 해방을 더욱 중시하는 지난날의 태도를 답습하는 것이다. 물론 8.15 해방이 독립국가 대한민국의 완성에 기여한 바는 적잖으나, 대한민국의 뿌리인 3.1 운동과 임시정부의 정신과 역할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님의 이전 발언과 과거 독립선열들께서 31일을 독립기념일로 부르며 이날을 자자손손 노래와 춤으로 기뻐하며 축하하라고 당부하신 것을 고려한다면 대한민국의 기원을 기념하는 삼일절보다 광복절을 더 중시하고 더 크게 축하하려 하는 것은 실로 선열들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의 인식을 갑작스럽게 바꾸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진정 독립운동가의 유훈을 받들고자 한다면 이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경축 행사에서만 실망스러운 면모가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3.1절을 맞아 세종대로 외곽에서 3.1 운동 정신을 정치적 당리당략에 악용하여 집회를 벌인 것도 대단히 실망스럽고 통탄할 만한 일 중 하나였다. 이들은 비록 겉으로는 3.1 정신 경축을 내걸었으나, 우리의 헌법 이념과 대한민국의 독립과정을 부정하는 건국절을 옹호하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우리나라의 독립선포를 경축해야 할 자리에 다른 나라의 국기를 들고 와 정치적 발언, 혐오성 발언을 일삼았다. 물론 미국이나 폴란드 등 타국에서도 자국의 독립기념일에 정치 집회를 갖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나, 100주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 국가적 대경사를 정치적 단견으로 왜소화하고 왜곡했다는 점에서 실로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그나마 서울에서 큰 충돌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 터.

 

 

결론

 

이번 3.1절 100주년 행사는 3월 1일을 즐거운 경축일로 만들 수 있다는 잠재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할 만 하나, 부실한 기념행사와 3.1 정신을 왜소화하고 왜곡하는 정치 집회의 잇따른 개최는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행사를 '실패작'으로 만들고 말았다. 비록 행사 준비 기간이 짧았다지만,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도 7개월 무렵에서야 겨우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3.1절은 단순 독립운동 기념일이 아니다. 이날은 이 땅에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이 살고 있음을 증명한 한민족의 부활절이요, 우리나라의 독립을 선언한 독립기념일이요, 현대 대한민국 정부의 모체인 임시정부를 낳아 헌법 이념인 3.1 정신이 기원하는 대한민국의 기원절이다. 즉, 미국의 7월 4일 독립기념일, 중국의 10월 10일 쌍십절, 프랑스의 7월 14일 바스티유 데이, 멕시코의 9월 16일 독립기념일 축제와 같은 날인 것이다.

 

 

선열들은 3월 1일을 대한국인이 부활한 성스러운 날로 여겨, 이날에 성대한 식전과 폭죽놀이, 시가행진, 연회, 공연 등을 베풀었고, 정부 수립 초기까지만 해도 연극제와 음악회, 전시회, 가장행렬, 에어쇼, 불꽃놀이, 봉화 점화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이들 행사는 군사정변 이후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 100주년 행사에 대해서는 실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점이 많다. 하지만 앞으로 120주년, 150주년이 남지 않았는가. 내년부터라도 3.1절을 다시 성대한 국민축제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콘서트를 열고 가장행렬을 열고 거리공연과 폭죽놀이를 베풀도록 하자. 그리하여 잊힌 겨레의 명절 삼일절을 되찾아야 한다.

Posted by 일간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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